가인
나윤권
주머니 가득 너의 작은 손
그리도 꼭 붙잡고
발이 붓도록 한 없이
함께 걸었던 이 곳
이제는 아니라고
애꿎은 기억을 탓해도
맘이 서성대는 곳
마냥 이렇게 걷다 보면
널 마주치지 않을까
어디 숨어서
날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언제나 그랬듯이
저 멀리서 웃음지으며
달려올 것 같은데
참 좋은 사람
참 아름다웠던 사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낯설지 않을 내 사람
어리석은 나
기억조차 싫겠지만
아름다웠던 그 날의 우리마저
지우진 말아줘
너의 흔적들 아직 가득한
서랍을 다 비우고
잔소리 없이 많이
길어진 머릴 자르고
자신 있다 했는데
내 멍청한 발걸음들만
너를 기억하나 봐
참 좋은 사람
참 아름다웠던 사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낯설지 않을 내 사람
어리석은 나
기억조차 싫겠지만
아름다웠던 그 날의 우리마저
지우진 말아줘
잊으려 나선 길은
내딛는 걸음마다
고개 숙여 추억만 줍지
보고 싶다 외쳐도 수없이
또 불러봐도 그때의 넌 없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못 잊을 사람
그 이름만 중얼대도
이리 눈물 나는 사람
이제는 내가 너무나도 밉겠지만
살아있는 그 날까지
기억의 같은 자리에
언제나 같은 모습의
영원히 아름다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