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백건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다 보니
한심한 순간이 많았지 뭐 생각보다 멀리
걸어온 것 같애 이 정도면 선방은 했네
포기하고 다시 잡은 것 치곤 꽤 멀리 왔네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면서 그저 걸었네
숨 쉬다가 잠드는 것만을 반복했었네
누군가는 말했지 이 새끼 철들었네
좆까 난 꿈을 쉴망정 버린 적은 없었기에
느린 걸음 한번 숨 쉬고 다시 한번
뒤돌아서 발자국을 보고 아까워 한번
늦을지라도 시간제한은 없잖어
일단은 걸어갔네 가끔씩 샛길이 나온
갈림길에서 고민해 쉽게 갈 수도 있으니
근데 거기는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공식
들어가면 내 모습 아닌 가면을 써야기에
그딴건 고민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지

나도 날 잘 모르니 가면 쓰고 싶진 않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나의 자화상이 되는 그날을 원해
깨달음을 원해 내가 누군지 알게 될 그날은 대체 언제
가끔 자괴감에 휩싸여 다 놓고 싶기도 했지
하지만 놔버리면 모든 게 끝인걸
그러니 나라도 자신을 위해 기도해
들어주는 이 하나 없겠지만 기도해

걸어와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남아
남이 걸어가고 남은 자국 위에 나마
내 걸음 남겨보려 작은 흔적이나마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는 않아
걸어와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남아
남이 걸어가고 남은 자국 위에 나마
내 걸음 남겨보려 작은 흔적이나마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는 않아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꿈은 줄어가고
뜨겁던 가슴 속 지핀 불마저 꺼져가고
나 자신 마저 잊고 살 게 된 그때의 각오
그저 하루를 살게 된 나태한 낙오된 자여
거울속에 묻네 그대의 목표는 어디에
정처 없는 발걸음은 어딜 향하고 있기에
시작도 끝도 없는 길거릴 걷고 있는가
도망쳐서 간 곳에 낙원은 어디 있는가
피 토하던 그때의 모습이 남아있나
내 맘속 정열이란 놈은 여전히 살아있나
자신에 대한 판단 나는 나를 잘 알지
새삼 말을 하기도 부끄럽게 망가진
내 맘을 들쳐메고 꿈이라는 아집
쉽게 놓칠 수 없어 매일 꿈꿨네
아침 해 밝아갈 때면 던져 놨던 펜을 다시 손에
이득을 따져 포기하기엔 너무 큰 손해
들일 것이라곤 노력 하나뿐인 건데
안 할 수 없지 응원하기 싫거든 진정해
난 그저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는 것 뿐
여기서 네가 화낼 부분이라고는 없네
다만 그저 걷어내 내 눈에 끼인 거품
이제야 앞이 잘 보여 다시 한걸음 걷네
잠깐 숨을 골라 한 발 걸을 때마다
가까이 다가오네 내 목표는 곧기에

걸어와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남아
남이 걸어가고 남은 자국 위에 나마
내 걸음 남겨보려 작은 흔적이나마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는 않아
걸어와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남아
남이 걸어가고 남은 자국 위에 나마
내 걸음 남겨보려 작은 흔적이나마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는 않아

한 걸음을 가고 또 한 걸음을 가고
내 뒤엔 내가 걸어온 옅은 자국이 남어
깊이를 만들기엔 부족한 무게를 알어
더욱더 나를 키워나가 계속해 나가
한 걸음 나가고 가끔은 물러나도
때론 올라갔다가 때로는 내려와도
멈출 수 없어 매일 한 걸음씩 아마도
내가 죽어야 끝나겠지 자신과의 싸움

내가 남긴 흔적을 남이 알아주는 것
그까진 바라지도 않지 다만 나는 그저
내 걸어온 발자국만을 남기고 싶었기에
살아온 흔적들을 모은 무게들을 담게
난 한 조각cliché 튀려고 하는 이때
남겨진 삶의 밀폐된 상자 속 나를 빛내
한 걸음을 걸어 뻔하지만 한 번 더
갈 길은 멀었어도 난 포기로는 안 멈춰

갈 길은 멀었어도 난 포기로는 안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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