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가 되면

열두 시가 되면
만나 우리 둘이는
어디 있다가도
만나 눈 오는 날이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유치한 듯한 약속
근데 기분이 영 좀 그렇긴 해
흐린 날이면
열두 시가 돼도 오지 않았던
너를 기다리던 그날 내 모습
잊을 수 없잖아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란
없으니까 그치
나는 지금 울고 싶은데 정말
거리마다 들떠 있는 게 난 슬퍼
그대가 스르륵 다가와
기다렸냐고 할 것 같은데
나 오늘까지
울지 않고 참아 왔는데
정말 난 착하게 잘 견뎌왔는데
모두 다 스르륵 잠든 밤
그대 내게 다녀가 줄 수도
있는 것 같아
지나가 버리면
별 거 없는 거라고
사랑이라는 거
별 거 아닌 거라고
다 아는 척한 내가 웃겨
결국 이럴 거면서
그래 아직도 넌 내게
뭔가를 가르쳐 주지
나는 지금 울고 싶은데 정말
거리마다 들떠 있는 게 난 슬퍼
그대가 스르륵 다가와
기다렸냐고 할 것 같은데
나 오늘까지
울지 않고 참아 왔는데
정말 난 착하게 잘 견뎌왔는데
모두 다 스르륵 잠든 밤
그대 내게 다녀가 줄 수도
있는 것 같아
어느새 우린 어른이
다 되어 버리고
거짓말 같은 기적들을
믿지 못해도
아직은 내가 믿고 싶은 건
돌아오는 네 모습
이번 겨울까지만 믿을래
울고 싶어지는 나
어른스레 참아왔던 나
넌 우는 내가 싫다 했는데
이러면 안 돼
어쩌면 다 온 것 같은데
오늘 밤 매일 그런 꿈을 꾸는데
스르륵 창밖에 눈이 와
기억 나니
착한 아이 같던 우리 약속을
열두 시가 되면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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