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 Heavy
Ye Eun An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우주 거대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당해 낼 수 없다
더 이상은 할 수 없어
모든 것이 짓눌린 이대로는
하얀 건반 사이
구십 도의 절벽
추락해, 아
흩어지는 나
나의 존재
먼지로 만든 힘 없는 날개
잔기침이 되어 손가락질하네
아, 사라지는
나, 나라는 것
감아도 어둠, 깨어도 어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아, 달아나는
나, 나였던 것
빛나주리라 믿었던 꿈들
실체를 잃고서 눈물을 헤엄쳐
아, 흔적조차
나, 남지 않아
사나운 기해 영겁을 흘러
일순 모두 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