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김사월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누구에게도 받지 못하는
당신을 떠올리면 좀 나아진다
당신은 이 세상이
슬플 일도 좋을 일도 없었기에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거죠?
아름답고 무례한 사람의 말을
순순히 따르며
나도 누구도 세상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죠?
저주받은 나에겐 의문도 안타까움도
주어지지 않는 것을 저주라고 생각했죠
나에겐 이 세상이
슬플 일도 좋을 일도 없었기에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거죠
연인의 살결을 느끼는
어떤 이의 새벽을 보며
모든 것이 폭발하기를 바라왔죠
아파트 창문이 빛나는 아침이 오고
나는 정말로 증발하고 싶었다
나는 정말로
더러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세상이 이대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