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짐에 대해 Being Left
요즘 따라 시간이 이상해
헤어진 날에서 며칠째 살아
나지막한 바람 창틈으로 새면
네 숨결이 닿을 것 같아
끝내 읽히지 못한 편지 한 장
포장째 시들어 버린 꽃 한 다발
내가 받아 본 것 중 가장 비참했던 이벤트
계절은 봄을 데리러 갔지만
난 지난번 겨울 끝자락에 남아
천천히 배웅하려고 해 잘 가 잠깐
내가 붙여준 별명들 사사로운 네 기쁨, 슬픔까지
이제 내 것이 아닌 거네 난 무사할까 감히 혼자서
요즘 따라 시간이 이상해
헤어진 날에서 며칠째 살아
날 지긋이 보는 까만 밤 하늘이
네 눈동자를 닮았어
고개만 돌려도 만날 수 있었는데 (있었는데)
눈 감아야 겨우 보일 듯해
얼마나 환했으면 이토록 찡그리는 걸까
그동안 내 흔적을 몇 개나 발견했니
문득 떠올라도 그가 볼까 봐 딴청 했니
기억은 잊혀질 때가 돼서야 뚜렷한 형상을 하고 앞을 지나쳐 가
보름 내내 날 간호해 줬을 때도
재미 삼아 결혼 날짜를 꼽아볼 때도
넌 계속 마지막을 준비 해왔나 봐
영혼 없이 영원만 들먹인 이 머저리한테서
어떻게 된 게 두근거림이 전보다 심해졌어
설레임 보단 조바심이 생겨서
넌 우릴 내려놓았고 난 미처 몰랐지
이유와 잘못을 찾는 내가 그 이유와 잘못인 걸
No no
요즘 따라 시간이 이상해
헤어진 날에서 며칠째 살아
구차한 거 맞아 안 떠난다는 말 나 혼자라도 지킬게
메시지 창엔 여전히 화목한 대화가 남아있어
엄지 손에 한때 흘린 너의 눈물 자국이 남아있어
그만 가봐야 된다는 너의 마지막 목소리가 남아있어
아직도 모든 게 제자리에 남아있어